<전경만의 주홍글씨>

조선시대 당쟁이 가장 격하게 일어났던 시기를 꼽는다면 ‘숙종’시대라 할 수 있다. 숙종시대에 들어서면서 조선은 임진왜란의 상처를 거의 치유했다. 경상도와 함경도까지 대동법이 확장되고 왕은 전제군주로서의 권한을 과거보다 확실하게 다져놓았다.

숙종이 절대군주로서의 권한을 확립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은 붕당을 대립시켜 정적을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앞선 현종시대에서 숙종시대로 넘어오면서 정권을 잡았던 남인들은 1680년 허견(許堅)의 역모와 관련해 모두 실각하고 서인이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희빈장씨의 아들(경종)에 대한 세자빈 책봉과 관련해 다시 남인이 집권하면 서인이 몰락했다. 숙종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며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서인들을 희빈 장씨을 이용해 퇴출시켰다. 이것을 ‘갑술환국(甲戌換局)’이라 한다.

서인들은 집권하자마자 또다시 혼란에 쌓였다. 현종때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섰으며 끝내 노론이 승리를 점하면서 많은 인재들이 숙청을 당하거나 유배를 경험해야 했다.

노론의 집권은 숙종 말년에까지 이어졌으며 집권에 성공한 노론은 왕권을 배경삼아 패권정치를 자행했다. 숙청에서 살아남아 재기를 노리던 남인들이 희빈 장씨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면서 남인은 재등장한다. 남인이 왕위에 올린 사람이 조선의 21대 임금인 영조다.

숙종시기에 붕당은 극에 달했지만 왕권은 강화됐다. 숙종은 자신에게 반대하거나 신하들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반대한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왕비까지도 이용했으며, 자신의 후계자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는 골육상잔의 패권정치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숙종의 ‘숙(肅)’자가 엄숙할 ‘숙’인 것이다. 절대 권력에 도전하는 자들을 서로 싸우게 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한 것이다.

숙종시대에 극에 달했던 붕당정치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져 공화당은 민자당으로 변신했다. 이어 새누리당을 만들고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었으며, 민주당의 후예들은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변신해 ‘친노’와 ‘비노’로 나뉘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군주적 권한에 도전한 유승민을 숙종이 남인을 찍어내듯 권력의 중추에서 제거했다. 조선을 망하게 했던 권력자들의 붕당DNA가 지금 대한민국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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