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동력 탈거리들이 넘쳐나는 거리를 만들어 행궁동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겠다.”는 염태영 시장의 발언에 맞춰 지난 2013년 500억 상당의 예산이 투입된 행궁동 ‘차 없는 거리’는 2013년 8월31일 완성 됐다.

그리고 2013년 9월 한 달 동안 ‘차 없는 거리’행사가 시작됐다. 믿기 어렵지만 수원시 측의 발표로는 이 기간 동안 100만 명의 관광객이 ‘2013 생태교통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사실 믿지 않고 있다.

차 없는 거리의 차도와 인도를 만들기 위해 투입된 콘크리트의 총양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인도와 차도를 불문하고 모든 도로에 콘크리트가 20cm 높이의 양으로 타설된 것을 알고 있다. 덕분에 땅속에 사는 모든 생물들은 고사 됐다. 벌써 2년 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콘크리트를 기본으로 설계된 죽음의 도로 위에는 그 흔한 잡초하나 없다. 콘크리트를 기초로 하고 그 위에 올려 진 대리석 덕분이다. 생태라는 말보다 동태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도로가 바로 수원 행궁동의 차도와 인도다.

또한 차도와 인도 사이에 턱이 없도록 설계된 인도는 행사 이후 주차장이 됐다. 생태교통 행사가 끝난 2013년 10월1일부터 행궁동의 모든 인도 위에는 상시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인도위에 차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인도에 턱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인도에 차량을 주차하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 환경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비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차도와 인도는 겨울철에는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눈이라도 와서 굳어버리면 너무 미끄러워서 낙상사고를 당하기 쉬우며 여름철에는 지면의 열기가 고스란히 반사돼 다른 지역 보다 온도가 높이 올라가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여름 한 낮에 행궁동 생태교통거리에서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을 고루 갖추었음에도 수원시 당국은 행궁동 일원을 ‘차 없는 거리’라 명명하고 매주 토요일 차 없는 거리행사를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로 중단된 차 없는 거리행사가 9월부터 다시 재개된다는 소식이다.

차 없는 거리에 차를 대신에 주류로 등장하는 것은 자전거다. 시가 준비한 각양각색의 자전거가 행궁동 일원을 돌아다니며 차 없는 거리를 홍보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차 없는 거리에서 자전거 이외에 인라인이나 퀵보드 등 작은 바퀴를 이용한 무동력 탈거리가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유는 행궁동의 주 도로가 대리석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이어 붙였기 때문이다. 일반도로보다 다섯 배 이상 많은 예산이 들어간 도로이지만 대리석과 대리석을 잇는 틈새의 불균형은 작은 바퀴를 이용하는 유모차와 인라인 등에게는 공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제법 바퀴가 큰 자전거는 무시할 수 있는 간격이지만 바퀴가 작아질수록 이음새가 많은 도로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차가 없다는 이유만을 들어 생태라는 거창한 단어를 사용하는 ‘생태교통 차 없는 거리’는 거대 예산을 투입하고 실패한 전시행정의 상징이 됐다. 단지 행사를 주관했던 이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항변하면서 주민들의 불편감수를 강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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