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문화재단 전경

교육도시를 표방해왔던 오산시는 최근 문화로 영역을 확장해 교육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 중인 ‘제2차 문화도시 지정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시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문화도시와 관련한 ‘시민 아카데미’, ‘문화도시 시민 컨퍼런스’, ‘시민 100인의 원탁회의’, ‘문화도시 청소년 서포터즈 위촉’ 등의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문화도시로 지정될 경우 5년간 최대 20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컨설팅을 비롯해 각종 지원을 받으면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산시는 교육과 문화와 관련한 각종 성과 및 가능성, 두 사안의 연결을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 홍보하는 한편 문화도시를 추진함에 있어 시민 주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처해 있는 환경을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다. 한 예로 오산은 사시사철 공연이 가능한 제대로 된 야외공연장 하나 없다. 문화예술회관의 대관료가 소공연장의 경우에 회당 백만원을 훌쩍 넘고, 음향이나 조명을 제대로 갖추고 하려면 2백만원 가깝게 든다. 또한 문화예술단체가 수천만원씩 하는 음향장비를 갖출 수 없으니 공연 한 번 하려면 외부 업체에 부탁을 해야 하는데, 조그마한 공연을 하려면 수십만원, 밴드 공연이라도 하려면 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시민 문화예술단체가 지역에서 공연 한번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

문화예술인들은 연습을 하려고 해도 연습 공간 확보가 어렵다. 임대료와 방음장치 설치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것을 예술인들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상황이 이러니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시민은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잃게 된다. 지역의 문화예술은 죽고 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외부 출연진 중심의 비싼 공연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실제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신음하는데 오산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운영하는 문화재단은 한회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외부 출연진 중심의 고급 공연 유치에만 열을 올릴 뿐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고사되고, 일반 시민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문턱은 높고, 문화예술의 예산은 월급 받아가는 문화재단 직원들과 비싼 공연료 챙기는 외부 공연자들만 혜택을 본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놔둔 채, 또한 문화예술인들이 제대로 활동할 인프라나 여건도 갖추어놓지 않은 채 거창하게 문화도시를 지향한다고 포장하고 국고만 노리는 행태는 고약하기 짝이 없다.

오산시는 국가 지원을 따내기에 앞서 먼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우선이다. 먼저 시 차원에서 문화예술 관련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시에서 문화 예산을 늘리되 문화재단에만 쏟아 붇는 방식을 지양하고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시민에게 직접 혜택이 가는 정책과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무료 또는 대폭 낮춘 비용으로 문턱을 낮추고, 음향장비 무료 대여, 연습이나 공연할 장소 마련 등을 시가 책임질 것을 권한다. 찾아가는 공연 등의 예산지원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공연할 수 있는 기회도 늘려줘야 한다. 공연 관련 부문뿐만 아니라 문학, 미술, 서예 등의 각 부문도 필요한 요구사항을 파악해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왜 있고, 시민은 왜 세금을 내는 것인가. 문화예술인들은 지원받을 권리가 있고 시민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말만 문화도시를 강조하고 시민 주도성을 강조한다면 진정성을 느낄 수 있고 납득이 되겠는가.

정치인들 역시 허공에 뜬 얘기나 하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어렵게 마련한 지역 행사나 축제 등에 얼굴 내미는 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의 절박하고 구체적인 요구를 파악해 공약화하고 실천해야 한다.

문화도시로 가는 것, 그 주체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고 이들이 맘껏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교육도시, 문화도시가 어떻게 가능할지, 시 당국과 정치인들은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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